2008년 08월 10일
[리뷰]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최고의 상업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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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 없음.
사실 다크 나이트는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보러 간 영화다. 주위에서 온갖 호평이 쏟아져 나왔지만, 나는 그저 무덤덤했다. 왜냐하면 히어로 영화의 태생적인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히어로 영화가 영웅의 활약과 액션 - 그 초월적 이미지 - 를 충족시키기를 원한다. 여기에 원작의 이미지를 얼마나 잘 부합시키는냐에 따라 영화의 성패가 좌우된다. 때문에 영웅의 활약을 얼마나 잘 포장하는냐에 차이가 있을 뿐, 한계는 명확하다. 신화적 시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영웅담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는 대부분 대동소이한 구조를 가진다. 인물이 다르고 세부적인 내용이 다를 뿐, 수천년 전부터 반복해온 구조론 이야기가 더 새로울 것도 없다. 게다가 여기에 미국식 정의나 헐리웃 식 휴머니즘이 결합되면, 그건 정말 최악이다. 마치 일제시대 조선을 강제합병하며, 근대화를 앞당겨 줬다는 식의 제국주의적 정의나 한쪽의 시각만을 부각시켜 합리화시키는 논리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괴로울 뿐이다.
그래서 나는 냉소적이었다. 히어로 영화의 '초'호평이란 허상을 까발려 주겠노라고 생각했다.
...그래, 적어도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럼 나오고 나서는?
최....최고다!
그 순간엔 이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정말 이 영화는 최고였다. 더 이상 다른 수식어를 붙이니 마니 할 것도 없다. 오직 그걸로 모든게 납득된다.
* 잘 짜여진 플롯과 구성, 장면의 분할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장점 중 하나는 치밀하게 짜여진 반전적 구성의 플롯과 장면의 분할이다. 다크 나이트는 '의외성'을 추구한다. 관객들의 마음의 근저에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이란 '기대감'을 심어준다. 하지만 이것은 트릭이다. 영화는 관객이 예상한 장면을 철저히 배반한다. 장면이 눈에 보이게 흘러가게 두지 않는다.
게다가 '의외성'은 배경설명 장면이 나오는 순간에도 적절한 비율로 나온다. 영화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때, 극적전개를 관객이 납득할 만한 배경 지식을 설명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 이 순간에 관객은 강렬한 지겨움을 느끼기 일수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경 지식을 전달하지 않으면, 심도있는 이야기 전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크 나이트는 아니다. 다크 나이트는 배경 지식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관객이 지겨움을 느끼려는 찰나에 '의외성'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장면은 배트맨의 순간등장일 수도 있고, 조커의 광기의 표현일수도 있으며, 내용 전개상 놀랄만한 반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바로 타이밍이다. 정확한 장면 배분으로 인한 '의외성' 등장 타이밍은 지겨움을 느낄 장면을 느끼지 않게 처리한다. 영화 전체에서 지겨운 장면이 없다는 건 굉장한 이점이다. 오직 그 영화에서 재밌는 장면 밖에 없다고 관객은 느낄테니 말이다. 게다가 배경지식 전달도 해냈으니 동시에 심도 있는 이야기 전개도 가능해진다. 이 얼마나 멋진 구성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영화의 시작부터 이 '의외성'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도, 후반부로 갈 수록 극적 긴장감은 더욱 강렬해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사건의 해결은 해결이 아니다.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된다. 이것이 더욱 놀라운 반전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 배트맨과 조커? No! 조커와 배트맨!
다크 나이트는 사실적인 영화이다. 극중에서 배트맨은 비현실적인 힘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개' 와의 격투 중에 상처를 입을 정도이다. 고담시는 범죄조직들이 넘쳐나지만, 그 이면에는 조직들에게 뇌물을 받고 눈감아주는 공직자가 있다. 조커는 광기에 젖은 살인마이다. 하지만 부패한 관리도 정신이상 살인마도 현실에 존재한다. 영화라서 과장된 면은 있지만,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사실이 영화에 묘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 '리얼리티'로 인해 배트맨은 죽고 조커가 산다.
예를 들어 좀비가 나오는 호러영화를 생각해보자. 이런 영화에서 좀비들이 나와도 관객은 그다지 무서워 하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에는 없는 존재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류의 영화들은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시체의 등장방법, 살인의 방법, 장면과 효과음의 조화 등을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추격자'와 같이 정신이상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직후, 새벽길을 혼자 걷기 꺼림칙해진 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심야로 봤다능) 좀비와는 다르게 살인마는 현실에도 있을 수가 있다.
그럼 비교해보자. 힘이 없는 히어로, 현실성을 지닌 살인마. 이 둘 중에서 어느 쪽이 관객의 뇌리에 깊게 박힐까. 당연히 살인마, 즉 조커다. 그 결과로 다크 나이트는 히어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배트맨의 인상이 죽는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로 인해 히어로 영화의 구조적인 한계에서 벗어난다.
* 조커, 그리고 정의. 그 간격.
조커는 혼란의 존재이다. 작중에서 조커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시험한다. 배트맨을 시험하며, 하비 덴트를 유혹한다.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놓고, 윤리 도덕 규범 법 모든 질서의 개념들을 버리라고 종용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거기에 넘어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광기가, 소용돌이가 넘실거린다. 사람들의 부르짖음은 환희가 되고, 사그러지지 않는 외침은 이기심의 화살이 되어 관객의 가슴을 꿰뚫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말한다. 나에겐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그럴 듯한, 하지만 황홀한 마약과도 같은 그런 변명. 이 장면들을 보면서 나는 '정의란 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졌다.
* 잘 묘사된 기타 인물들
다크 나이트는 조커와 배트맨과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지만, 다른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잘 되어 있다. 하비 덴트와 배트맨 사이에서 갈등하는 '레이첼 도스', 정의에의 신념과 갈등, 레이첼과의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하비 덴트', 범죄와의 전쟁을 생각하면서도 가족을 걱정하는 '제임스 고든' 등이 말이다. 다크 나이트와 같은 진행구조에서 이렇게 여러 인물들을 묘사하면 이야기가 산만하게 느껴지기 쉬운데, 배트맨과 조커와 관련된 내용에서 함께 등장시켜 성격을 드러내고, 그외의 장면에서는 굵직한 단 몇 개의 장면만으로 인물 묘사를 훌륭하게 해치운 점은 정말 훌륭하다. 군더더기 없이 이렇게 여러 인물을 묘사하고, 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단하다.
* 끝으로..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후에야 조커 역의 '히스 레저'가 약물중독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가 죽은 것은 사고이겠지만, 그의 조커를 보면 그가 죽음을 예감하고 그 광기에 찬 연기를 펼쳤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불꽃같은 연기를 하다 간 히스 레저. 그는 죽었지만, 그가 남긴 다크 나이트와 조커는 우리 기억 속에서 살아 갈 것이다. 계속해서...영원히.
- 08.8.10, 바람의 자유.
비추천대상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
영화에는 개그 요소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복잡한 이야기는 No! 라고 외치는 사람
히어로의 통쾌한 액션을 바라는 사람
추천대상
비추천 대상을 제외한 모두
평점 : 9.7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풍자와 주제, 히스 레저의 마지막 명연기, 계속되는 반전적 스토리 등이 주요 감상 포인트. 모든 영역에 걸쳐서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진 걸작 영화다. 다만 후반부, 하비 덴트의 끝과 몇몇 장면에서의 고증적인 문제는 눈에 띄는 단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10점 만점을 주고 싶지만, 9.7점이상은 무리. 히어로 영화로서 한계를 뛰어 넘은 이 영화를 능가할 작품은 적어도 몇 년 안에는 등장하지 않을 듯 싶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풍자와 주제, 히스 레저의 마지막 명연기, 계속되는 반전적 스토리 등이 주요 감상 포인트. 모든 영역에 걸쳐서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진 걸작 영화다. 다만 후반부, 하비 덴트의 끝과 몇몇 장면에서의 고증적인 문제는 눈에 띄는 단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10점 만점을 주고 싶지만, 9.7점이상은 무리. 히어로 영화로서 한계를 뛰어 넘은 이 영화를 능가할 작품은 적어도 몇 년 안에는 등장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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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8/10 01:27 | 영화 이야기♬ | 트랙백(4)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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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치밀한데, 정작 그 후와 마지막이 허무하달까~ 그런 느낌이었으니 ;ㅁ;
저도 디렉터즈 컷에서 하비 덴트에 대한 내용이 좀더 추가되었으면 하네요~